Project Archipelago는 교사를 대신하려는 도구가 아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교사가 이미 하고 있는 기록, 평가, 상담, 입시 해석을 흩어지지 않게 붙잡아 주는 작업 환경에 가깝다.
학교 업무에서 어려운 지점은 자료가 없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자료는 너무 많다. 생활기록부 문장, 수행평가 기준, 상담 메모, 학생의 진로 희망, 대학별 전형 자료, 과목별 관찰 기록이 서로 다른 형식으로 쌓인다. 문제는 이 자료들이 필요한 순간에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Project Archipelago는 그 연결을 만들기 위한 시도다.
하나의 기능보다 작업 흐름
처음부터 하나의 거대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반복해서 마주치는 일을 나누어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모듈이 생겼다.
Barkhan은 기록 작성과 피드백을 다룬다. Arroyo는 교육과정, 평가, 프롬프트 설계를 돕는다. Mesa는 입시 자료를 찾고 비교하고 해석하는 쪽에 가깝다. Estuary는 학생 기록을 분석하고 상담 흐름을 정리하는 데 초점이 있다. Delta는 학생 관리와 공유 상담 화면을 염두에 둔다.
이 이름들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각 모듈이 같은 질문을 향한다는 점이다. 교사가 학생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그 이해를 설명 가능한 언어로 옮기려면 어떤 작업 환경이 필요한가.
AI가 들어와도 남아야 하는 일
AI가 문장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새롭지 않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문장이 빠르게 나온다고 해서 판단까지 빠르게 넘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교사의 일에는 모델이 대신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학생을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지, 어떤 근거를 상담에서 사용할 것인지, 어떤 표현이 학생에게 안전하고 공정한지 판단하는 일은 도구의 바깥에 남아야 한다.
Project Archipelago는 이 선을 지키는 쪽으로 설계하고 싶다. 도구는 자료를 정리하고 초안을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 판단은 교사가 볼 수 있어야 하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하며, 왜 그렇게 썼는지 되짚을 수 있어야 한다.
포트폴리오로 기록하는 이유
이 블로그는 완성된 제품 소개 페이지가 아니다. 오히려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기준을 세웠고, 어떤 판단을 미뤘고,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 남기는 공간이다.
포트폴리오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AI 도구를 만들었다”는 문장 하나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업무를 문제로 보았는지, 그 문제를 어떤 단위로 나누었는지, 기술이 들어와도 사람이 놓지 말아야 할 판단을 어디에 두었는지다.
아직 Project Archipelago는 계속 바뀌는 중이다. 그래서 이 블로그의 글도 확정된 선언보다 작업 기록에 가까워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그중 Mesa가 입시 데이터를 어떻게 상담 언어로 바꾸려 하는지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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